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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18 빅슬립을 읽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명성은 너무나 자자하고, 하드보일드라는 문구가 너무도 흔한 세상이라, 안보고도 마치 본 것인양 느껴졌다. 실망감 섞인 눈초리로 첫 스무 페이지를 넘겼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마지막 스무 페이지를 접는다. 실은 마지막 스무 페이지가 남았을 때, 책을 접고 한강문고가 문닫기 전 달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머지 두 권 "기나긴 이별"과 "마지막 안녕"을 구입해 버렸다. 두 권을 카운터에 놓으니, 폐점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장르 문학은 어린 시절 나의 가장 큰 벗이었다. 호기심의 안테나를 최대한 키우고 감수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한 장 한 장 읽어 갔었다. 나이가 좀 더 들고, 출판 시장도 좀 더 영악해진 어느 순간이 되자 매너리즘에 잠겨버린 뻔한 내용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빅슬립은 갑자기 찾아온 어린 시절 옛 친구다. 서먹서먹한 그 모습이 처음에는 불편하다. 그렇지만, 뻔히 알잖는가. 우린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고 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을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읽게 되어서 안타깝다. 좀 더 일찍 알아더라면 좋았을 것을. 빅슬립 또한 2005년도 2쇄 나온 내가 사기전엔 악성재고에 불과한 책이었다. 세상에. 번역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원서를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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