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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3 21:18

"거기 산이 있으니까" 이건 도대체 뭔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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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거 아시나요?

에베레스트 등반에 두 번 실패한 유명한 등반가에게, 누가 "당신 도대체 산에 왜 오릅니까?"라고 물어보니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

Because it is there

국민적 명언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같은 선문답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국산장려의 80년대에 수입품을 가져다 썼을까요.

곰곰 생각을 해보니.
저는 이 이야기를 초중고의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읽고, 수업시간에 수차례 들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들었고, 심지어는 영어 참고서에서도 읽었습니다.

아마도 "공부는 왜 하는 겁니까"라는 황당하지만 당연한 질문에 대한 교사들의 답변 공식 아니었을까요. 저걸로 안통하면, 다음 공식은 "대학가서 실컷 놀아라"이고.

그냥, 무조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묵묵히 하는 것에도 분명 미덕이 있겠죠.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행할 때. 더 숭고해지는 그런 동양적 미학이라고 할까요.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무조건, 그냥 열심히 살았듯, 따지고 들 시간에, "글 한줄" 더 읽는 것이 학생의 미덕이었습니다.

그래서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는 말은 조금은 뻔뻔한 경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원인과 결과는 무시하고 내말만 들으라는 가부장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 거죠.

 그러나,
이 일화는 그렇게 끝나진 않았어요. 아니 끝난게 아니라 아직도 진행중인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꺼낸 조지 말로리도 여전히 산에 오르는 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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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이나 실패했는데, 왜 가냐는 질문을 받았던 사람은 조지 말로리라는 모험가입니다.  실제로, 그 강연 이후 말로리는 세번째 도전을 합니다.

1923년 말로리는 에베레스트에 세번째 도전을 합니다. 불행히도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는 등산 기술은 20년후에나 완성되었습니다. 구식 장비의 조지 말로리와 동료 앤드류 어빙은 등정중 실종되었습니다. 그리고 1953년이 되어서야 힐러리와 텐진이 등정에 성공합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반가 고상돈씨가 우리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듯,  실패한 모험가 말로니는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56년후,
1979년. 정상부근에서 어빙의 피켈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피켈은 정상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죠. 그리고 1999년. 탐사팀에 의해 말로니의 주검이 정상부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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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에서 보실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그리고, 의문이 생깁니다.
"에베레스트를 올라가던 중이었을까, 정복하고 내려오던 중이었을까"

풀 수 없는 미스테리는 아닙니다.
단서가 있죠. 코닥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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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함께한 여름날 오후"에서 장 콕토도 쓰던, 당시의 베스트셀러, 휴대용 코닥 카메라를 말로니가 들고 갔던 것입니다. 등정에 성공했으면 그 순간이 카메라에 남아있겠죠. 에베레스트는 필름을 한세기이상 보존하기에 충분한 냉장고니까요. 필름은 그런 환경에 남아 있으면 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말로니의 배낭에 들어있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한 것치고는,  그야말로 엄청난 실천입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참고서 한 귀퉁이에 있기에는 너무 비장한 스토리죠. 입시 공부가 죽을 만큼의 가치가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최소한 시험장에 갈 때까지는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로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던 중일까요, 내려오던 중일까요?

사실, 의미없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거기 산이 있으니까 산에 오르던 산사나이에겐 둘 다 싱거운 답일 것 같습니다. 얼마전 방송에서 허영호씨의 모습을 봤습니다. 허영호씨는 경비행기로 한반도 종주를 하다 한차례 실패를 했죠. 그런데, 얼굴이 너무나 밝은 겁니다.
인상깊은 한마디를 하더군요.

"실패하면 또 하면 되죠".

위대한 모험가들은 정복을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자기극복의 그 과정을 즐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힘들면 힘들수록 정복의 결과도 숭고해집니다.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는 경구를 교실에서 언급한 선생님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대학 입시가 몹시 중요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건 아냐. 대학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교과서말고 다른 것들을 배웠으면 좋겠어. 자기를 콘트롤하는 과정, 실패를 이겨내는 과정. 여러 과정들 말야. 살다보면 입시말고도 여러 시험들이 있을거야.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정을 즐길 수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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