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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5:15

이호성 사건과 금당 살인 사건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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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은 급격히 잊혀졌다. 
이호성이 시체로 나타나기전까지 화제에 비하면 너무도 쉽게 잊혔졌다.
미디어로서는 범죄자가 죽어버렸고, 곧이어 터진 안양 어린이 사건이 좀 더 자극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겐 여전히 이호성 사건이 더 인상적이다.

살인극이 일어난 궤적이 내가 사는 주변이었기 때문에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네 모녀는 마포구 창전동에서 피살되었고, 이호성의 시체는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사이에서 떠올랐다.

반포대교를 자전거로 밤늦게 지날 때 보면, 촛불이 어딘가 켜져 있을 때가 있다.
몇 번 촛불을 찍을려고 하다, 무게감에 눌려 그 자리를 지났다.
굿을 한 흔적. 어떨 때는 곡을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살자가 많고, 교통사고도 많은 지역이다. 
지박령이 있다면, 서울에서는 이 곳이 원혼들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동안 잠수교의 저 낙타 등을 지날 때, 이호성을 떠올릴 것 같다.


이호성이 자살한 그날 밤,
살해당한 피해자 네 모녀의 미니홈피를 들어가 무슨 꿈을 가지고 살았으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제 부터 재미있는 인생이 펼쳐질 나이인데...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이호성 사건은 잘나가던 스포츠 스타의 전락이라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말 금당사건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난 이호성 사건을 보자 바로 금당사건을 떠올렸다. 
언론에서 금당사건을 꺼내지 않는게 더 신기했다.

금당 사건을 요약해보자.
30대 사업가 박철웅이 사업이 위기에 몰리자, 계획적으로 거금을 가진 고미술상을 납치해서 살해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부인과 운전기사도 유인해서 살해한 후 집 정원에 유기한 사건이다.

두 사건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세 명과 네 명.

둘 다 마포구에서 일어난 일이다.
근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서 강도가 매우 크다.

증오범죄가 아니라, 금전을 노린 사건이었다.
다수의 피해자가 나온 사건 중 증오범죄가 아닌 경우가 드물다. 이 사건은 독특하다.

우발적이 아닌, 지능적인 범인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
박철웅 사건이 좀 더 완전범죄를 위한 체계가 갖춰져 있었지만,
이호성 사건도 시신 유기와 전화 메시지 조작 등 일반 사건의 도를 넘어선다.
두 사건 모두 미스터리가 될 수 있었다.

범인이 둘 다 평범한 중산층 이상이었을 뿐 아니라, 성적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호성은 잘나가는 4번 타자였고, 한 때 선수협회장까지 한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여자관계도 복잡한 자존심 강해보인다. 박철웅도 잘생긴 얼굴과 체격을 가졌다. 다른 강력 범죄를 보면, 범인들이 흉악한 범죄 내용에 비해 왜소하고, 초라한 아웃사이더인 경우가 많다.  잘난 지능범들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추리소설에서나 흔하지, 현실에서는 잘 없는 일이다. 

박철웅의 경우 한때 잠시 가가호호 방문하는 외판원을 했었다. 주부들은 분위기를 보고는 고위 간부가 직접 판매하러 온 줄 알았다고 한다. 판매율은 엄청났고, 실적 때문에 강연까지 한다. 

그 둘은 전락한 것이다. 지옥으로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승부사들이 극단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인생의 코너에 몰린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을 가진 잘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길을 택했다는 게 두 사건의 비극이다. 그래서 드라마틱하다. 


이호성이 죄책감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언론보도만 보면 피도 눈물도 없고 자기 자식만 챙긴 인간으로 나왔다. 박철웅의 경우에는 범죄 이후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감옥에서 기독교 귀의했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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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이 느낀 죄책감과 회한만큼 이호성도 그만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길로 갈 것을! 

토끼같은 딸들 셋의 아빠가 되어 알콩달콩 살 것을.

번민 속에서 한강에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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