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6 18:29

서점에 서서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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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양장) 상세보기
방우영 지음 | 김영사 펴냄
조선일보 명예회장 방우영의 자서전『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의 언론인 생활 55년을 담은 것으로 발행부수 6만이라는 초라한 신문에서 1등 부수 신문으로 오리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준다.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는 빚더미 신문사로 돌아오게 된 계기와 신문 전쟁, 선우휘와 이영희 필화 사건, 월간 조선의 탄생, 신문사 사장의 눈으로 본 역대 대통령, 신문 밖의 인생과 어

출판기념회 기사를 보고 꼭 한번 읽고 싶었다. 은근히 이런 류의 회고는 재미있다. 언론사 사주니, 다른 기업인처럼 대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유로, 열살부터 스물살까지 난 조선일보 매니아였다. 새벽 신문이 배달오면 재빨리 쪼그리고 앉아, 4컷 만화부터 문화면, 국제, 사회, 해외토픽, 정치면까지 꼼꼼히 보다 다시 접어 부모님 방에 놔드리곤 했다. 동아대생들이 시위하면 최류탄 냄새가 집안까지 스며들던 그 시절에 난 조선일보를 보며 컸다.

소년시절 내 머리의 1/3쯤은 계몽사 문고집, 또 1/3쯤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그 나머지는 조선일보가 채웠으리라. 우리집은 동아일보, 중앙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 네 신문을 받아봤다. 그 중 조선일보의 완성도는 압도적이었다. 학교 선생님도 조선일보의 사설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했을 정도니까.

서울에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며, 리더스 다이제스트보다는, 차라리 건강 다이제스트가 더 나은 잡지라는 걸 깨닫고 난 이후에도 수년이 더 지나서야 조선일보를 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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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문고는 정말 멋진 서점이다. 도저히 돈주고 살 수가 없는 책이 있을 경우, 한강문고에서는 그냥 읽어도 아무 눈치 볼 것 없다. 한강문고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수십만 원치 책을 질렀으니 한강문고 사장님은 날 원망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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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남재희의 "나의 문주 40년"이라는 칼럼이 연재되었었다. 조선일보출신으로, 민정당 국회의원의 "멋드러진 회고록"이다. 기자로, 정치인으로 바라봤던 한국사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읽고 있으면 정치성향과 호불호를 떠나서 대화가 될 법한, 같이 술 한 번 마시고 싶은 느낌이 목구멍에 꼴깍 올라온다고 할까.

이책에서도  그런 걸 바랬나보다. 컨텐츠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조선일보를  일등신문으로 만든 이야기.
  • 언론인으로서 정치계에 후달린 이야기.
  • 스쳐간 조선일보 인맥 이야기.
  • 스쳐간 정치인 이야기.
  • 취미생활과 등등. 난 이렇게 산다.

이런 이야기들인데. 大언론사 수장다운 문장의 파워는 없다. 글쓰는 직업이 아니니까 당연하겠다만. 

조선일보 인맥이야기를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지나갔다. 선우휘에서 김대중까지, 갖가지 기억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김대중 주필...지금은 고문이던가. 김대중 주필에겐 '성격 화끈하고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언론인'이라고 치켜세운다.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적고 있다) 취재시... 기사를 깍아라(깍는다는게 좀 다듬어라 그런 뜻이란다)고 하는 것을 못 깍겠다고 밤새 대들다가, 다음 날 밤새울고 눈이 퉁퉁 부어서 계속 대드는 것을 보고, 참 언론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단다.

순간 내 얼굴이 빨개졌다. 화나서가 아니라 민망해서!

당시, 김대중 주필의 광주 취재보도중 "어슬렁거리는 폭도" 표현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표적 왜곡 보도 아닌가. 좀 기술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이를테면, 당시 언론통폐합으로 어쩌고 저쩌고. 이런 불행한 일도 함께 겪었다. 이 정도로 말이지.

한겨레신문을 창간한 송건호씨의 평가도 잠깐 스친다. 그냥 선비같은 조용한 분인데, 그런 일 할 줄 몰랐다. 이 정도로 6줄 가량 스쳐지난다. 적지를 말던가.

이규태칼럼의 이규태씨 이야기도 나온다. 후라이잘치는 재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난 어렸을 때 이규태 코너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한 3년쯤 지나니까, 이건 순 재방송이 아닌가. 했던 이야기가 살짝 반복되는 것이다. 펭귄의 부성애, 부뚜막 강아지 걷어차며 화풀이하는 며느리 등... 한정된 소재를 계속 돌려 써먹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상황을 두고 똑같은 일화가 따라붙는데, 점점 열불이 나게 된다. 런 걸 업계 전문용어로 후라이라고 하는가 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 평가도 나온다.
남재희 칼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평가가 나오는데 비교하면서 읽었더니 흥미롭더라.

방우영씨가  대선에 실패하던 김대중씨에게 충고를 했는데...

  1. 용공이다.
  2. 말 잘 바꾼다.
  3. 기억이 잘.

하여간, 성공하려면 이 세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충고를 했더니, 기분 나빠하더란다.
하하하. 조선일보가 씌운 프레임 아니던가 말이지. 충고라는 건 충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충고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지금 시점에 자서전을 내었는가 알 수 있었다. 2001년, 2006년의 조선일보 세무조사에 아직 이를 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시대가 다시 온다. 참 오래 기다렸어, 이제 명예회복할거야. 그런 의미겠지.

조선일보 기자였던 남재희 칼럼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 평가가 있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아래와 같다.

  1.  술을 안마시고, 다소 건조.
  2. 몇십년전 일화를 기억함.  "옛날에 내가 촌지를 주었어도 안 받은 사람이 남 의원이지“ 기억력이 대단함.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서는 문 벌컥 열리는 소리에 놀라는 걸 보고 애처로웠다고, 야유하더라. "아, 이사람은 고문을 많이 당해서 사소한 일에도 놀라는 구나"하는 컴플렉스쟁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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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가치관은 다르더라도 그릇크고 호쾌한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소소하게 담아두는 스타일인 듯 하다.
남에 대한 평가는 결국 자신의 거울과 마찬가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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