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8 10:20

어떻게 사과할 수 있을까.

이번 일은 블칵의 자승자박이다.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회사로 포지셔닝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실망이 더 큰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뇌리에서, 블칵과 블로거가 "친구같은 관계"라는 허상에서 "회사와 소비자의 관계"라는 현실로 추락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우리나라 IT업체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작년에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으니까.  다만, 난 신입이 아니었기에 상처의 강도는 덜하리라고 생각한다.

좋을 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지금 거악이라 불리는 삼성이 이런 이미지가 되리라곤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나쁠 때 좋은 이미지로 끌어올리는 것은 특별한 조직만이 할 수 있다.

블칵은 그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회사일까.
블칵의 대표 하늘이님이 사과문을 올렸다.
http://ceo.blogcocktail.com/wp/archives/829/

그렇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넥타이 맨 영업사원의 사과문이다.


나라면 어떤 사과문을 썼을까 생각해본다.
뭐가 잘못인가?  혹은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 화내고 있을까부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1.
올블로그는 메타블로그 서비스다.
메타블로그 서비스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은 뭘까.
블로거들의 글이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적은 글이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누가 메타블로그에 포스팅하겠는가.


추천글 랭킹과, 골빈해커님의 포스팅이 임의적인 과정을 거쳐 노출되고 지워졌다. 
시스템적인 잘못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해야했다.

2.
미국의 경우, 직장에서
"흑인"하고 일을 안해봐서 몰랐네요. 혹은, 여자, 혹은 장애인 등등.
이런 발언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신문에 나올 수도 있다.

40분간의 긴 통화끝에 화가 나서 전라도 발언을 했기 때문에 용서될 수 있을까.
아니다. 원래 차별적 발언은 화났을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닌가.
적절할 때 적절한 용도로 쓴 것이다.

3.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대체로 좋은 말이지만, 고용주와 지원자간에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사이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이혼도장을 찍으면서, 헤어질 배우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생각 안들겠는가. 너야 재혼을 하든 말든. 근데 날 놀리는 건가?

그 말이 가진 사무적이고, 무심한 뉘앙스.
어떻게 읽히는지 아는가?

야, 우리가 보기에 너는 열정이 없어 불합격시킨다만,
그래도 한번 더 입사지원해라. 그 때는 뽑아놓고 취소안할께.
근데, 뭐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블칵 경영진은, 합격 통보후 임의 번복한 회사조차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할지 몰라도,
그래서 불만을 토로하면 나쁜 놈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대개의 일반인은 그런 일이 생기면,  그 방향으로 오줌도 안싸는 게 인지상정아닐까.

나는 이런 부분이 사람들을 자극했다고 본다.
정작 진지하게 사과하고 있는 "블칵의 인사채용 체계의 부족"엔 대개의 사람이 관심조차 없을 거다.
왜 그런 것을 반성하고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그런 것에 관심있는 사람은 블칵 지원자밖에 없다니깐!

4.
XX님에게 상처를 준 점 사과합니다.

사실 이것만 있어도 좋았을 지 모르겠다. 나머지는 그 진실성을 강조하는 수사에 불과할 지 모르니까 말이다.
걱정도 된다. 이 좁은 IT판에 XX님은 진상으로 찍혀있지 않을까. 한다리만 건너면 다들 엮인 인맥의 고리.
특히 블로고스피어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 찍히면, 제대로 찍히는 것 아닐까?

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반성하고, 다시 XX님도 같이 뽑기로 했습니다.
그게 원칙이니까요.

아니, 이게 가능할까. XX님도 화가 나 있을 테고, 담당자들도 심사가 뒤틀렸을테고.
대개의 회사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블칵이 정말 인간적인 가족같은 회사라면 안될 것도 없다.
특별한 회사라면 가능한 일이다.
특별한 회사가 괜히 특별한 회사인가, 안되는 일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별한 회사다.

그래서,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사과의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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