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뉴월은 레이먼드 챈들러 특집 기간이다. 매일매일 식사처럼 챈들러를 소화시키고 있다. 챈들러가 탁월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에 골라든 책이 "빅 슬립"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무 작가에게나 홀릭하지않는 도도한 독자지만, 그 책을 읽을 땐 뒤통수를 땅땅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안녕 내 사랑"은 "빅 슬립"이나, "기나긴 이별" 정도의 아우라가 없다. 챈들러 특집기간에 반칙으로 "몰타의 매"를 읽었던 것이 원인일지 모르겠다.
고전적인 이야기의 원형이 이곳에서도 쉴 새 없이 나온다. 탐문하는 탐정. 변심한 여자. 깐깐한 경찰. 카우보이 비밥의 BGM이 끊임없이 들린다. 카우보이 비밥도 챈들러 없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소재가 "두들겨 맞고 뻗은 탐정"이다. 아주 유쾌하다. 비장미나, 서스펜스의 기름기를 빼고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즐거웠다.
조금 불편한 것은 필립 말로우라는 정직한 탐정 녀석이, 인종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 말로우는 마틴 루터가 나오기 전에 돌아다니던 녀석이라서 어쩔 수가 없겠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고전이 되지 못하는 책들을 수 없이 알고 있다. 지은이 챈들러가 부르조아 백인이기 때문에, 블루칼러에 날마다 얻어터지는 탐정, 필립 말로우가 인종 차별자가 된다는 것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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