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8 02:07

빅슬립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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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 북하우스 펴냄
하드보일드(hard-boiled) 문체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1939년도에 출간된 작품으로, 필립 말로 시리즈 1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거대한 잠>으로 나왔던 기존 판본에 비해 작가나 작품에 대한 깊은 조명이 돋보인다.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백만장자 스턴우드 장군으로부터 사건 해결을 의뢰받는다. 장군에게는 도박꾼에다가 알콜 중독자인 맏딸 비비안


레이먼드 챈들러의 명성은 너무나 자자하고, 하드보일드라는 문구가 너무도 흔한 세상이라, 안보고도 마치 본 것인양 느껴졌다. 실망감 섞인 눈초리로 첫 스무 페이지를 넘겼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마지막 스무 페이지를 접는다. 실은 마지막 스무 페이지가 남았을 때, 책을 접고 한강문고가 문닫기 전 달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머지 두 권 "기나긴 이별"과 "마지막 안녕"을 구입해 버렸다. 두 권을 카운터에 놓으니, 폐점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장르 문학은 어린 시절 나의 가장 큰 벗이었다. 호기심의 안테나를 최대한 키우고 감수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한 장 한 장 읽어 갔었다. 나이가 좀 더 들고, 출판 시장도 좀 더 영악해진 어느 순간이 되자 매너리즘에 잠겨버린 뻔한 내용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빅슬립은 갑자기 찾아온 어린 시절 옛 친구다. 서먹서먹한 그 모습이 처음에는 불편하다. 그렇지만, 뻔히 알잖는가. 우린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고 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을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읽게 되어서 안타깝다. 좀 더 일찍 알아더라면 좋았을 것을. 빅슬립 또한 2005년도 2쇄 나온 내가 사기전엔 악성재고에 불과한 책이었다. 세상에. 번역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원서를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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